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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5학년 납치범 퇴치기  
sorro 2008-06-25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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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당시 156cm에 발육이 빨라 어딜 가든 '고등학생이니?'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새로 사준 원피스를 입고 랄라랄라 학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꽃머리띠에 검은 체크무늬 원피스.

아무리 덩치가 크다한들 딱 보면 초딩(;;)임을 알 수 있는 복장이었다.

학원으로 가는 길은 두가지 길이 있었는데, 큰길과 골목길 두 길이었다. 골목길은 지름길이었고, 계속 그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내 손바닥처럼 알고 있던 곳이라 평소처럼 안심하고 길을 가던 중이었다.

골목길이라 함은 구불구불한 법.

집에서 출발해 2분 정도 되는 곳에서 처음으로 90도로 꺾이는 길이 있었는데 사건은 그곳에서 일어났다.

괴한 하나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길을 꺾자마자 괴한은 나를 뒤에서 덮쳤다.

입을 막고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 남자, 능숙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여튼, 쉽게 끌려가지 않는 덩치의 소유자였던 나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근데, 문제는 이 괴한이 입과 코를 동시에 막아버렸다는 거였다.

숨을 못쉬게 된 나는 여성으로서의 위기감보다는

아이고 나 이제 죽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온 힘을 다해 숨을 내쉬었다.

그순간 숨과 함께 입과 코의 분비물이 다 같이 나왔고

놀란(?) 괴한은 더러워서 손을 뗐다.

나도 놀라고 괴한도 놀라고.............-_-;;;

한 5초정도의 정적이 둘사이에 흐르다가

내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괴한도 정신을 차리고 도망을 가더라.

도망가는 괴한을 보다가 다시 멍해져서 가만 서 있었다.

그러다가 놀라서(아직 어릴 때라 이런일은 멍- 하기만 했던 거다.)

집으로 달려 들어와 엄마한테 이야기하니 엄마가 달려나가 보셨지만 괴한은 이미 사라진 후.

그날 동네방네, 인상 착의 비슷한 소년(괴한은 10대 남자였다.)들은 모두 부모님의 조사망에 걸려서 조사를 받았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 후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남자를 무서워하게 되어 남녀공학이었던 중학교 내내 우울하게 지냈고 대학 올 때까지 치마를 입지 않았다. 늦은 밤 집에 갈 때에는 슈퍼에서 사이다 병으로 된 걸 하나 사가지고 간다. 치한을 만나면 너죽고 나살자 하려한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교복 안에는 항상 반바지를 입었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웃으며 이 사건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냥 웃긴 이야기였지만 내 10대의 반을 깡그리 가져간 사건이었다.

어릴적에 그런 일을 많이 겪은 덕(?)에 지금은 변태를 만나면 때린다던가 욕을 한다던가 신고를 하는 깡을 갖게 되었지만 나 참 곱게 크고 싶었다. 이런 일 하나도 안 겪고 곱게 큰 아이들, 참 부럽더라.

우리 사회 성 폭력 생각보다 많다. 특히 정신은 덜컸는데 몸만 일찍 커버린 나같은 아이들은 훨씬 많은 일을 겪는다. 신체적으로 성숙한 초등학생은 변태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상처받을 일을 겪기 전에 미리미리 대응 방법을 교육시키는게 좋다. 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변태들을 만났고(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이후로는 변태를 만나지 않았다. 당시엔 몸만 큰 어린아이었지만 지금은 눈에 변태들에 대한 독기가 어린 성인 여성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독해진 나를 보면 어린이 성추행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 달빛시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6-26 11:43)


작은돌
10대의 반을 깡그리가져갔다니 너무 화가나네요 으이씨! 08.06.25
2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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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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